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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출장가기 (feat. Dubai)

sookiee 2022. 3. 30. 16:46

근데 열흘 자가격리를 곁들인...


이 시국 출장으로는 21년 11월에 독일을 다녀왔었는데 그땐 자가격리가 없었고, 백신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슬슬 뉴노멀이 공론화되고 있을 시점이었다. 따라서 백신증명서만 있으면 독일 입국이 가능해서 한국 입국 72시간 전 PCR 한번 받은 것 빼고는 그냥 보통 여행다니듯이 비교적 수월하게 다녀왔었다. 근데 슬슬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기시작하더니 12월 초 입국자 자가격리가 다시 부활해 버렸음. 자가격리 부활하기 전 이미 잡힌 1월 출장자에 나는 없었는데, 다들 혹시나 하고 제출해보았던 격리면제신청서가 거절되자 (대부분 임원급 이상, 그리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경우에만 격리면제가 받아들여진다고..) 비교적 자가격리가 수월(?)한 환경을 가진 나를 갑자기 혼자 보내버리게되고,, 그렇게 떠나기 일주일전 갑자기 준비해서 이 시국 출장을 떠나게 된다. 헤드에이크... 

 

이 시국에 해외를 나가려면 일단 코를 쑤셔.. 진료비 + PCR + 영문인증서 수수료까지해서 거의 12만원정도 들었다. 몰라 내돈아니니까 회사가 내주니까 일단 쑤셔..  

 

 

티켓팅도 일주일 전 급하게 후루룩 완료.. 너무 임박했던터라 돌아오는 비행기 가격이 높았는데 이게 정말 나에게는 어쩌면 신의한수가 된다. 그 이야기는 후에..

 

 

텅텅빈 인천공항.. 특히 자정쯤 비행기를 타려면 뭐라도 든든하게 먹고 들어가야함. 라운지도 다 닫아버리고, 음식점도 다 닫고 연 곳이라고는 롯데리아뿐.. 

 

 

옆 자리에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시는 출장가는걸로 추정되는 분이 타셨는데 새벽비행 내내 열심히 업무를 보시는거다. 막 나도 괜히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야할 것 같고..

 

 

새벽랜딩 두바이 도착. 풍성한 야자나무쯤 봐줘야 여기가 해외임을 느낀다. 6일동안 나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deira city center 근처. 두바이 1월날씨는 정말이지 사랑입니다. 

 

 

두바이가 세번째라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또 슬렁슬렁 두바이몰에나 가봅니다. 두바이볼 나이키 풍경은 이렇더라구여. 한창 PT 시작했을때라 무슨 스포츠매장만 격파함. 

 

 

두바이 expo 기간이었는데 회사에서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코로나 걸리지말고 얌전히 있다 오래서.. expo도 다녀오지 않았다. 실은 갈 시간도 넉넉치 않았고 너무 종점이라 귀찮았음. 근데 조금 후회된다. 볼 것도 많고 즐길것도 많아보이던데,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해라! 갈까 말까 고민이되면 가라! 

 

 

코로나때문에 분수쇼도 안한다고 들었는데 마침 하고 있어서 또 영혼없이 찍어봄. 다시봐도 멋지긴 하더라. 

 

 

두바이몰 찍고 호텔에 들어와서 수영을 했다. 이 순간을 즐기고싶어서 내가 수영배운거자나요.. 근데 이시국때문에 해외여행길 다 막혔고요.  수영을 배우고나니 과거의 나를 스쳐지나갔던 무수한 해외 호텔 및 리조트의 수영장이 아쉬워졌다. 

 

 

1월의 기온은 보통 최고기온 25 정도를 찍고 기온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너무 추워서 오래 수영할 수 없었다. 바짝 더운 한 여름에 온몸 구워가며 수영하고 싶었다. 

 

 

조금 수영하다 해 지는거 기다리며 선베드에 책이나 뒤적거리며 누워있었다. 두바이는 금,토가 주말이고 일요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하는데 그냥 이순간만큼은 걱정근심이 없어졌던 것 같다. 순간 여행온 기분. 혼자 출장와서 정말 내심 쫄아있었는데 혼자 왔기때문에 이런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는 것. 일장일단.  

 

 

너무 추워서 방으로 들어와 두바이몰에서 포장해온 파이브가이즈를 뜯었는데....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침대에 누워 선셋구경하며 푹 쉬다 잠이들었다. 

 

 

조식. 호기롭게 테라스에 앉았는데 까마귀 두 마리가 내 테이블 옆 난간에서 울어대며 내 식사를 방해했다. 

 

 

두바이몰에서 사온 것. 두바이 원래 면세지역이였는데 몇년 전부터 5%정도의 tax가 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새 나이키 처돌이라 전반적인 한국 가격을 알고있기에 가격비교가 수월했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의 정가가 한국보다 높았다. 그래서 나이키에서는 PT수업받을때 사용할 물병 (실제로 엄청 잘 쓰고있음), 아디다스에서 큰 폭으로 세일했던 니트 그리고 수영모자만 건져왔음. 사실 두바이는 쇼핑하기 그렇게 메리트가 큰 곳은 아닌듯 해서 첫 날 쇼핑의 모든 흥이 사라졌다는..  

 

 

푹 쉬었으니 아침먹고 일하러 

 

 

일끝나구 날 좋길래 시티워크에 응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옴.. 체력이 점점 고갈 중이었던 것 같다. 

 

 

뜬금 운동화 칭찬. 진짜 2021년 제일 잘 산 물건에 꼽을 수 있는 살로몬 tx-6. 안어울리는 곳이 없고 너무 편하다. 회사며 캠핑이며 트래킹이며 걍 주구장창 신음. 

 

 

원래 아아메파인데 또 라떼가 유명한 곳이면 라떼를 마셔줘야하니까 

 

 

숙소근처인 deira city center로 넘어와서 난도스에 갔다. 생활 반경이 숙소 근처여야 맘이 편안. 밥도 편안하게 섭취 가능. 

 

 

둘째날 일 마치고 마주한 두바이를 감싸는 노을. 

 

 

갑자기 치킨이 땡겨서 졸리비에서 치킨을 포장해왔는데.. 한조각 먹고 남겼다. 치킨덕후가 남길정도면 네.. 한국치킨 최고.. 그냥 데이라 시티센터에 있던 교촌 포장해 먹을 걸. 

 

 

또 일 마치고, 쳇바퀴 돌아가던 며칠. 

 

 

한 삼일차되니까 체력적으로도 너무 지치고 두뇌도 안돌아가서 고열량파티함. 

 

 

살기위해 챙겨먹은 조식.. 

 

 

까르푸에서 포장해온 (가급적이면 코로나때문에 식당에서 먹지않고 포장해옴) 데리야끼 볶음면이랑 퀘사디아. 대륙을 넘나드는 음식들이지만 그냥 먹고싶은대로 포장해옴.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국내에도 점점 확진자가 늘어나고, 정부는 입국전 PCR 시간을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떠나기 하루전에 현지에서 PCR을 받았고, 이 PCR 받기 전, 그리고 결과나오기까지 정말 악몽까지 꿀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음. 왜냐면 여기에서 확진되어버리면 두바이에서 양성격리를 해야하기때문에.. 한국 못갈까봐.. 당장 가고시픈데.. 근데 이 negative 결과지 받고 갑자기 살아남. 정신력이 모든것을 지배했던걸로 ㅋㅋ 그리고 국토부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외항사는 전체 좌석의 70% 까지만 허용한다는 규정이 갑작스레 생기면서 에미레이트로부터 강제 취소 메일을 받고 있다는 흉흉한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풀부킹으로 알고있었기 때문에 나도 짤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돌아오는 표는 좀 등급이 높은 표를 구매해서인지 짤리지 않았다. 체크인 문자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쉼. 멀고 험난한 코시국의 한국 가는 길. 

 

 

마지막날 일 마치고, 다음날 새벽 3:30 분 비행기여서 공항에 짐 드랍하러가는길. 극악의 인천행 비행시간

 

 

공항에 짐 맡겨놓고도 시간이 너무 떠서 다시 두바이몰로 돌아가서 와가마마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비싼 저녁을 먹었다. 메뉴판 보고 동공지진났음. 여기 원래 비싼 곳 인가요.. 한끼에 3만원은 좀,, 맛은 있더라. 몰라.. 회사가 내주는거니까 걍 먹어. 에이드도 마셔 

 

 

밤의 버즈칼리파. 

 

 

네,, 사가야져.. 까르푸가서 가족들 줄 데이츠들이랑 아랍빵이랑 사가지고 다시 공항으로 복귀. 

 

 

작년 재작년 PP카드 거의 날렸자나요, 진짜 오랜만에 PP카드로 사용한 마하바 라운지. 두바이에서는 주류를 팔지 않는다. 그래서 퇴근 후 맥주 그 좋은걸 못 함. 라운지에서 오랜만에 주류를 만나고 반가운 맘에 와인 맥주 섞어마시다가 비행기 타기도 전에 취할 뻔.  

 

 

장거리비행땐 절대 창가에 앉지 않는데 오로지 이 풍경들을 보고자 창가자리를 감수해냈다. 위치상으로 카라코람 k2 그 근처쯤을 지나는 듯. 비행기와 거의 맞닿은 느낌까지 들게 하는 높은 설산들. 그리고 봉우리에 비치는 떠오르는 햇살.

 

 

입국 절차도 11월에 독일 다녀왔을때보다 검역이 빡세졌다.  건강상태설문지, 48시간 전 PCR 음성확인서, 백신접종증명을 내고 1차 검역을 받은 뒤, 격리 통지서를 받는다. 이때 중동발 비행기들 카타르, 에티하드, 에미레이츠가 다 도착했던 시간이어서 줄이 많이 길었음.

 

 

원래는 백신접종자라면 해외입국자들 대중교통도 이용가능했는데 대중교통도 이용 불가로 지침이 바뀌었음. 따라서 전용 KTX를 타고 내려와야 했었는데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수난시대. 정말 출장 중 어떤것보다도 이게 젤 빡셌음. 일단 파란 스티커를 내 몸에 붙여주는데 이게 ktx 탑승자라는 표식이다. 그럼 관계자분께서 착챡 번호적힌 벤치에 앉아있으라고 안내를 해주신다. 그럼 광명역행 ktx 셔틀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데 여기에서만 한시간 넘게 기다렸고, 40분정도 셔틀을 타고 광명역으로 도착해서 입국자전용 ktx 티켓팅을 해야했다. 근데 명절전이라 입국자가 유독 많아서 그런지 이것도 가까운 기차들은 다 매진이라 두시간 정도 기다려야하는 표만 남음. 나는 그나마 오송이 행선지여서 두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됐지만 부산행이나 포항 이런 곳은 네시간정도 기다려야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광명역에서 ktx 타는 과정은 국군장병분들께서 도와주시는데 이게 또 딱 정해진 18호차에만 타야해서 안내에 따라 줄을 섰고 실제로 티켓팅한 숫자와 실제 탑승 숫자가 맞는지까지 탑승하기전에 줄세워서 하나하나 체크하신다. 입국자가 이탈하는걸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았음. 근데 어디가셨는지 한두명씩 없어 ㅋㅋ 그래서 이름부르면 손 들고 누가 없는지 체크하고.. 아주 아수라장임. ktx 타는건 더 헬이었는데 입국자 ktx인 만큼.. 다들 짐이 커.. 막 커.. 최소 28인치 캐리어.. 나도 28인치 32kg.. 그 많은 인원의 짐을 다 싣다보니 한 15분정도 지연이 된 것 같다. ktx 웬만하면 지연 잘 안되는데 고향내려가시던 분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캐리어들이 막 이렇게 복도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사람 서있을 자리도 없었다. 나는 30분 정도만 타고가면 되어서 좌석은 포기하고 열차 칸과 칸 사이에서 그냥 서있었다. 안그러면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오송역 도착하니  시청에서 나오신 분이 기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맞아주시고 그 분이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물어본다. 나는 형부가 오송역에 내 차를 주차해두셔서 자차를 타고간다고 했고 실제로 차 문열고 시동거는거까지 보고 가심 ㅋㅋ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팬데믹 시대에 곳곳에서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어떤 인력들이 투입이 되고있는지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된 것 같다. 진짜 관련자분들 고생 엄청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다시 입국자 자가격리가 해지된 시점에서 팬데믹 시대에나 겪을법한 이 경험들을 기억해두고자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져서 간신히 집에 도착했는데 진짜 엘베앞에서 육성으로 소리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